THE JOURNAL

일러스트 Mr Donghyun Lim
침묵은 지하 감옥과 같습니다. 갇혀 있는 내내 지독히 어둡고 외로운 감정과 싸워야 하죠. 자유로이 의견을 표출하지 못하는 건 자기 목을 조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행히도 런던 할리 스트리트에서 저의 은인, 고든을 만나며 제 목소리를 찾을 수 있었죠. 저의 상황은 영화 ‘킹스 스피치’와 유사했습니다. 단지, 왕관이 아닌 부끄러움의 굴레를 썼을 뿐이랄까요. 무엇이 저를 이리도 억압해 왔는지는 다음 문구로 간단히 설명해 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게이입니다.
1990년대를 성 소수자로서 버텨오다 보니 어느새 침묵하는 습관이 생겼더군요. 침묵은 저를 보호하는 수단이기도 했지만, 숨 막히게 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게이라는 것은 곧 사회의 수치임을 의미했고, 이는 축구공으로 얼굴을 강하게 맞은 것만큼이나 제게 큰 상처를 주었더랬죠. 그래서 저는 입을 닫고 가면을 쓰고 살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비록 걸그룹 안무를 꿰차고 있었기에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못했지만요. 그러나 적어도 제 입으로 무언가를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굳게 봉인된 입을 열기까지 큰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수년간 심리 치료를 받았어요. 그 결과, 먼저, 제가 어릴 적에 학대받았던 사실을 주변에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2년 뒤에는 드디어 제가 게이라는 사실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밝힐 수 있게 되었죠. 속이 시원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대화’가 있었기에 가능했고요. ‘대화’는 익사하고 있던 저를 구해준 구명환과 같았죠. 우리 사회의 치우친 생각들이 모여 만든 편견의 바닷속으로 익사하고 있던 저를 말이죠.
‘사나이는 평생 세 번 운다’는 말, 들어보셨죠? 심리 치료를 받는 남성의 수가 늘었다고는 하지만(15년 전과 비교하면, 대략 3배 정도 더 높아졌죠), 남성이 자살로 사망할 확률은 여전히 여성의 3배에 달합니다. 이렇게 남성 자살 확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로 감정 표현, 대화의 부재가 흔히 거론됩니다.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남성의 감정 공유를 ‘나약한 것’으로 간주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또한 한몫한다고 볼 수 있죠.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들이 비구름처럼 머릿속을 가득 채울 때, 자신의 감정과 느낌, 그리고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보세요. 각각의 것에 이름을 붙여도 좋습니다. 원치 않는 생각들이 몰려오는 순간 이를 물리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남성 자살 확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로 감정 표현, 대화의 부재가 흔히 거론됩니다”
<Mind>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회복탄력성은 대화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교회에서 차 한 잔을 마시든 친구들과 함께 수다를 떨든 말이죠. 마음을 털어놓는 것의 가치는,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 시대부터 널리 알려졌을 정도로 언제나 도움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의 구전 전통은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닌 지혜와 위로를 주기 위함이기도 했죠.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심리 치료의 기초는 지크문트 프로이트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는 환자를 편안한 의자에 기대게 한 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환자의 어린 시절 기억, 꿈, 가족에 관한 대화를 시작했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안식처의 존재가 심리 치료를 받는 것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대화를 통해, 그리고 질문을 통해 환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 과정은 쉽지 않았고, 쉬울 수도 없었죠.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물론, 통찰력을 얻지 못하더라도 괜찮습니다. 때로는 대화하는 것만으로 놀라운 효과를 느낄 수 있거든요. 원활한 대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이죠.
자신의 감정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감정과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면 결국 다른 방식으로 문제가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분노, 폭력, 약물 및 알코올 중독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심지어 억압된 감정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실명하는 분들도 있는걸요.
목소리를 낸다는 건 곧 살아있음을 의미합니다. 진실은 실제로 우리를 자유롭게 하죠. 대화를 통해 우리 몸에 누적된 긴장과 자기혐오, 의심의 덩어리가 녹기 시작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사라져 갈 겁니다. 물론, 오랫동안 고수해 온 침묵의 서약을 깨기란 쉽지 않겠죠. 하지만 깰 수 없는 건 아니에요.
‘연애는 필요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오직 심리 치료와 성적 만족감’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인터넷 짤을 보신 적 있나요? 탄식을 금할 수 없는 문구입니다. 절대 이를 맹신하지 마세요. 그 둘이 절대 채울 수 없는 것이 있거든요. 바로 ‘사랑’이죠.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이 ‘사랑’입니다.
틴트는,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안식처의 존재가 심리 치료를 받는 것 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흔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결코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눈 딱 감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 보는 거예요. 용기를 갖는다면 의외로 주변의 따뜻한 손길에 놀랄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