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AL

일러스트 Mr Pete Gamlen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중요한 곳, 바로 데이팅 앱의 세계이죠. 매력적인 프로필 설정을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본 경험이 있다면 모두가 공감하실 거예요. 시선을 끄는 시그넷 링부터 강렬한 문신에 이르기까지, 작은 디테일로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으나 그것이 늘 긍정적 영향을 주지만은 않죠. ‘틴더’가 10주년을 맞이했으니,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걸쳐 우리 또한 좌우로 스와이프하는 문화에 익숙해졌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뿐인가요, 마음에 드는 프로필을 캡처하여 친구들에게 공유하는 것부터 ‘프사기'의 피해자가 되거나, 의문만 남았던 무의미한 대화에 지쳐본 경험, 다들 있으시지 않은가요? 물론, 운명 같은 영화 속 사랑의 주인공이 되어 본 분도 계시겠지만요. 이 모든 것이 나의 반쪽을 찾기 위한 험난한 여정이라 할지라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으니, 바로 프로필 사진의 중요성입니다.
01.
도시 어부형

우선, 사진이 내포하고 있을 여러 의미를 유추해 봅시다. 나를 잡은 당신, 횡재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함일까요? 손재주가 뛰어나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혹은 잡은 고기가 클수록 다른 곳도 큰... 그 의도가 무엇이든, 부장님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술에 취해 ‘나 때는’을 외치며 동시대 젊은이의 문제점을 설파하고 있을 모습이 그려지지 않나요? 매주 화요일 새벽 3시, 페이스북을 통해 동창들과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을 것 같군요. ‘베어 그릴스’가 삶의 우상이자 멘토이며 <가짜 사나이>의 전 에피소드를 빠짐없이 챙겨보는 남자로 보일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02.
스파르타 300형

하루도 빠짐없이 SNS 계정을 관리하며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남자를 연상하게 하는 사진이네요. 이를테면 피트니스 센터에서 살다시피 하며 1년 중 11개월을 쌀과 닭가슴살, 브로콜리와 단백질 셰이크를 하루 동안 6번에 걸쳐 나눠 섭취하는 엄격한 식단을 유지하는 부류요. 주된 대화 주제는 운동과 식단 관리에 치우쳐 있으며, 프로필 상 표기된 180cm 이상의 키를 의심하게 하죠. 우람한 몸매에 슬림핏 수트만 고집하는 것 또한 이 유형의 특징입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매력적인 성격이 근육질 몸매보다 여자의 마음을 얻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거요. 깔끔한 셔츠를 입고 젠틀하게 웃는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보세요. 더 많은 매치에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주의 사항: 화장실에서 찍은 것만큼은 각별히 주의하세요. 특히 뒷배경에 은은하게 변기의 형체가 보인다면요.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상의 탈의가 오히려 매력 어필을 방해한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신체를 드러내는 것이 아름다운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겠죠.
03.
친선 도모형

다정한 남자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강아지 산책길이라고 치기에는 너무나도 완벽하게 세팅한 머리와 트렌디한 옷차림이 묘한 위화감을 주지 않나요? 여자가 좋아할 만한 거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남자가 연상됩니다. 반려동물과 함께한 사진이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프로필 사진을 업데이트할 생각에 길 가던 이방인의 반려견과 사진 촬영을 강행하는 그 부자연스러움이 문제인 거죠. 운이 좋아서 데이트를 나갔다고 칩시다. 강아지에 대한 질문에 어떻게 답변하실 건가요? 작위적인 연출은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진짜 나를 보여주세요. 자연스러운 일상의 한 장면을 공유하는 거죠.
04.
다다익선형

어딘가 자신감이 부족해 보이는 사진입니다. 친구들과의 여행 사진 속에서도 일정을 취소한 누군가를 대체해서 급히 함께하게 되었을 것만 같은 느낌도 들고요. 그룹 사진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에요. 화려한 셀카와 스파르타 300형 사진이 난무한 데이팅 앱에서 순수함은 그 나름의 셀링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죠.
주의 사항: 1~2장의 단체 사진은 괜찮습니다. 다만, 이것이 전체 프로필의 주된 비율을 차지하는 순간 문제가 되는 것이죠. 각종 사진을 비교해 가며 나를 찾아낼 여성이 얼마나 될까요?불필요한 것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수 있도록 주의해 주세요.
05.
필터형

‘발그레한 두 볼과 길고 짙은 속눈썹, 실존 인물이라 믿기에는 너무나도 완벽한 그... 잠깐, 이건 필터잖아?’ 연애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선점하고자 하는 것인지 좀처럼 알 수 없는 신비로움이 그만의 매력일지도 모릅니다.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개성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일까요? 이 사진은 대략 이런 느낌을 주죠. 본인 나이의 절반에 해당하는 젊은 여성을 찾고 있는 40대 후반이거나 여자친구에게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로 경쟁심을 느끼는 유형이요. 나보다 사진 보정에 많은 시간을 쏟는 남자와 연애하고 싶은 여성은 얼마 없을 거예요. 과한 필터 대신 자연스러운 매력을 강조하세요.